최근 국내 주요 대학들이 학교폭력 이력을 대입 전형의 핵심 평가 요소로 삼기 시작하면서,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학생은 명문대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일부 대학은 학교폭력 기록이 있는 지원자들을 대거 탈락시켰고, 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거의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이 이 기준을 의무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직접적인 사례는 경북대학교이다. 이 대학은 2025 대입 전형에서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지원자 22명을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처분 단계에 따라 1~3단계는 10점, 4~7단계는 50점, 8~9단계는 150점 감점을 적용했고, 실제로 이로 인해 조기에 지원이 취소된 학생들이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지역 국립대학들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했고, 2025년 한 해에만 전국 6개 국립대에서 총 45명의 지원자가 학교폭력 이력을 이유로 불합격 처리되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 같은 변화는 우발적인 조치가 아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KCUE)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6학년도 입시부터 전국의 4년제 대학은 반드시 학교폭력 이력을 입시 자료에 반영하도록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일부 대학의 자율 정책이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비 수험생과 부모 입장에서는 더 이상 “혹시 괜찮겠지”라고 낙관할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분명한 사회적 명분이 있다. 피해 학생 보호, 입시 공정성 확립,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세 가지 목표는 매우 정당하다. 대학 측은 “학폭 가해자가 별다른 제재 없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언제나 옳은 방향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모든 학교폭력 사례가 동일한 중대성을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이나 심각한 괴롭힘은 마땅히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순간적 충동이나 일시적 다툼 등 비교적 경미한 사건까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단순 서면 사과나 경고 수준의 처분만으로도 ‘전형 점수 0점 또는 대폭 감점’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회복 가능성이나 재기의 여지를 거의 열어두지 않는 셈이라는 우려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는 긴장감과 불안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수험생은 “친구들과 가볍게 다툼이 생겨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평생의 진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숨이 막힌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만약 학생이 과거에 실수나 경미한 학교폭력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면, 국내 명문대 진학은 어렵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보고 학생을 평가하는 해외 대학 진학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북미나 유럽을 포함한 해외 대학들은 단순한 과거 기록보다 성장 가능성과 변화, 그리고 자기주도성을 종합적으로 본다. 진심 어린 반성과 개선 의지를 자기소개서, 추천서, 봉사활동 등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다면, 과거의 실수가 앞으로의 가능성을 막는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역시 조건이 있다. 단순히 ‘합격하고 싶다’는 욕심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피해자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진 심정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사회 전체가 학교폭력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유지해야 한다. 피해자의 고통을 기억하며, 동시에 변화하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 학폭 이력을 가진 지원자의 입학을 취소하거나 지원 자격을 박탈하는 현실은 변했다. 2026년 대입에서는 이 기준이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만큼 학생·학부모는 대입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과거의 실수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진정성 있는 변화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되지 않도록, 사회와 교육기관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