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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 땅!” 잉글랜드 꺾자 정치 펼침막 든 선수들, FIFA 징계 초읽기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뒤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영유권을 주장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펼침막을 들어 올리며 세리머니를 펼쳐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즉각 FIFA에 공식 조사를 촉구했고, 영국 정치권에서는 결승전 출전 정지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월드컵이 또다시 외교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에서 후반 막판 연속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종료 직후 선수들은 "Las Malvinas son Argentinas(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영토다)"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을 들고 우승을 자축했다.

 

'말비나스'는 영국이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라고 부르는 남대서양 군도를 뜻한다. 이 지역은 현재 영국의 해외영토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수십 년째 영유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즉각 반발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월드컵 우승컵은 우리의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분명 영국의 영토"라며 "영국의 주권 수호 의지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FIFA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양국의 갈등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포클랜드를 기습 점령했고 영국은 대규모 군대를 파견해 74일간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으로 아르헨티나군 655명과 영국군 255명이 전사했고 섬 주민 3명도 목숨을 잃었다. 포클랜드 전쟁은 지금도 양국 모두에게 가장 민감한 역사적 상처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유민주당 대표 에드 데이비는 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펼침막을 들었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결승전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지난해 유로 2024 우승 행사에서 "지브롤터는 스페인 영토"라고 외친 스페인 대표팀 주장 알바로 모라타와 로드리에게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 사례를 언급하며 FIFA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FIFA에는 정치적 메시지와 관련한 징계 전례가 적지 않다. 2014년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슬로베니아와 친선경기 전 같은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어 올렸다가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가 2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 박종우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독도와 관련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었다가 FIFA로부터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등 유럽 국가들이 무지개색 '원러브(OneLove)' 주장 완장 착용을 추진했지만 FIFA가 경고와 징계를 예고하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FIFA는 정치적 표현에 대해 일관되게 엄격한 입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징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FIFA의 일반적인 징계 절차는 대회 종료 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결승전 이전에 출전 정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정치가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포클랜드 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슬픈 부분"이라며 "이번 경기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군인 영상과 함께 "이번 경기는 단순한 축구가 아니었다"며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영토다. 우리는 그것을 피 속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준결승을 앞두고 그는 "이번 경기는 침략자들에게 제자리를 알려주는 경기"라고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반면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경기 전부터 정치와 축구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포클랜드 전쟁은 매우 슬픈 역사이지만 축구와 정치를 섞어서는 안 된다"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축구는 축구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경기 후 행동은 감독의 메시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영국 정부도 이번 행위를 "명백한 FIFA 규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영국 기업통상부 장관 피터 카일은 BBC 인터뷰에서 "정치적 행위를 축구 경기장으로 가져온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FIFA가 반드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준결승은 역사적 갈등을 감안해 경기 전부터 평소보다 강화된 보안 속에 치러졌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정치적 메시지가 등장하면서 월드컵이 스포츠를 넘어 외교와 역사 문제까지 다시 불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FIFA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세리머니로 볼지, 정치적 선전 행위로 판단할지에 따라 결승전을 앞둔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물론 국제 스포츠계의 정치적 표현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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