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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 50% 관세에 일자리 8만7000개 흔들” 캐나다, 온타리오·퀘벡·BC ‘고용 한파’ 비상

 

unsplash@ThisisEngineering

 

대미 수출기업 직접 일자리 5만2000개 위험…협력업체·서비스업까지 3만5000개 추가 충격
온타리오 3만6000개·퀘벡 1만8000개·BC 1만1000개…알버타도 공급망 타고 불똥
기계·전자·가구·플라스틱·농업 등 집중 타격…운송·창고·도매업까지 연쇄 충격 우려
노동계 “기업 지원만으로 안 된다”…EI 확대·Work-Sharing·임금보조 요구

 

미국의 새로운 50% 고율 관세가 캐나다산 일부 상품에 적용되면서 캐나다 노동시장에 ‘고용 한파’ 경고등이 켜졌다. 관세 대상 수출기업뿐 아니라 부품 공급업체와 운송·창고·도매·전문서비스 등 공급망 전체로 충격이 번질 경우 전국에서 8만7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제조업 중심지인 온타리오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퀘벡과 브리티시컬럼비아(BC)가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수출 감소를 넘어 캐나다 가정의 일자리와 소득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분석을 내놓은 인물은 캘거리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공공정책대학원 재정·경제정책 책임자인 트레버 톰브(Trevor Tombe) 교수다.

 

톰브 교수는 캐나다 통계청의 산업연관 자료 등을 이용해 50% 관세 대상 상품의 대미 판매가 감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용 충격을 추산했다. 그 결과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일자리가 5만2000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출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부품과 원료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주문도 감소한다. 물동량이 줄면 트럭 운송과 창고업이 영향을 받고, 도매업과 각종 전문서비스 업체 역시 일감이 줄어든다. 이 같은 간접 고용 충격이 약 3만5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직접 피해와 간접 피해를 합하면 8만7000개 이상의 캐나다 일자리가 관세 충격에 노출되는 셈이다.

 

톰브 교수의 가정대로 실제 고용감소가 발생할 경우 현재 약 6.4%인 캐나다 실업률을 약 6.8%까지 0.4%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이는 실제로 8만7000명이 이미 해고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관세가 유지되고 대상 상품의 판매가 감소한다는 가정을 적용해 추정한 ‘위험에 놓인 일자리’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지역별 충격은 더욱 뚜렷하다. 가장 위험한 곳은 캐나다 제조업의 심장인 온타리오주로 약 3만6000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퀘벡 약 1만8000개, BC 약 1만1000개, 알버타 약 9000개 순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알버타다. 알버타의 대미 수출품 자체는 이번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더라도 다른 주 수출업체를 지원하는 운송·서비스 등 연계 산업이 흔들리면서 수천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번 관세 충격이 “온타리오 공장이 맞으면 온타리오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캐나다 경제는 주별로 분리돼 있지 않다. 온타리오 제조업체가 생산을 줄이면 다른 주에서 공급하는 원료와 부품 주문이 감소하고 물류와 금융·전문서비스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 관세가 국경에서 부과되지만 실직 위험은 캐나다 전국으로 이동하는 구조인 것이다. 산업별로도 위험지역이 드러나고 있다.

 

톰브 교수 분석에서는 농업을 비롯해 전자제품 제조, 섬유, 가구, 플라스틱 제품, 전기장비 등에서 직접적인 고용 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운송·창고업의 타격이 특히 커진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제품이 감소하면 국경을 오가는 트럭도 줄어든다. 트럭 운전기사뿐 아니라 창고와 물류센터, 통관·배송 관련 일자리까지 영향을 받는다.

 

도매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 역시 수출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줄어들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캐나다 경제 전체가 당장 붕괴할 정도의 충격으로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번 50% 관세 대상은 약 28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상품으로 전체 캐나다 대미 상품수출의 약 5%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전히 캐나다의 대미 수출 상당 부분은 무관세로 유지된다.

 

따라서 GDP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상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톰브 교수는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수십분의 몇 퍼센트포인트 수준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GDP 숫자가 작다고 노동자들이 느끼는 충격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관세 대상이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전국 경제 규모에서 보면 작은 충격이라도 특정 공장이 주문량의 상당 부분을 잃으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0.2%의 GDP 충격’이 아니라 근무시간 단축이나 해고라는 100%의 생계 문제가 된다.

 

이미 일선 소상공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토론토에서 아동용품 매장 ‘Jill and the Beanstalk’를 운영하는 질 로숑은 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 가격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직원의 고용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관세전쟁의 피해가 대형 자동차공장이나 철강회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작은 소매점은 관세와 환율, 운송비 상승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모두 전가하면 매출이 줄고, 업체가 비용을 떠안으면 이익이 줄어든다.

 

결국 소규모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가운데 하나가 직원 근무시간 축소나 해고가 될 수 있다. 노동계가 연방정부에 긴급 고용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anadian Labour Congress의 비 브루스케(Bea Bruske) 회장은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보험(EI)을 강화하고 Work-Sharing을 확대하며 임금보조 등 근로자를 직장에 계속 남겨둘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특히 Work-Sharing은 관세전쟁과 같은 일시적인 경영충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이 주문 감소 때문에 직원 일부를 완전히 해고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줄이고, 감소한 소득 일부를 EI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숙련된 직원을 붙잡아둘 수 있고 노동자는 직장을 완전히 잃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캐나다 정부가 기업에 저금리 대출이나 긴급 금융지원만 제공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기업을 살리는 정책과 일자리를 지키는 정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분석이 캐나다 정부에 던지는 경고는 분명하다. 미국의 50% 관세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통상협상의 영역이지만 그 비용을 실제로 떠안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트럭 운전기사, 창고 직원, 소규모 사업자와 그 가족들이다.

 

특히 온타리오 3만6000개, 퀘벡 1만8000개, BC 1만1000개라는 숫자는 이번 무역전쟁이 워싱턴과 오타와 정치권의 힘겨루기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8만7000명이 직장을 잃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세가 장기화되고 미국 주문이 실제로 감소한다면 직접 수출기업에서 시작된 충격은 협력업체와 운송·창고·도매업을 거쳐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

 

캐나다 정부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미국을 향한 ‘맞불 관세’만이 아니다. 관세전쟁이 길어질 경우 기업이 해고부터 선택하지 않도록 Work-Sharing과 임금보조를 확대하고, 실제 실직자가 발생할 경우 EI가 신속하게 작동하도록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관세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높은 관세를 매겼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국의 기업을 얼마나 오래 버티게 하고, 국민의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지켜냈느냐가 결국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 <뉴스/사진: 밴쿠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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