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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캐나다인 10명 중 7명 “미국과 협상 중단 잘했다” 카니 ‘트럼프에 NO’ 압도적 지지

 

 

71% “불리한 합의보다 협상 중단이 옳아”…美 제안 수용 의견은 17% 그쳐
보수당 지지층도 54% 찬성…퀘벡 79%·알버타도 61% 지지
美 50% 관세에 캐나다 9월 8일 맞불관세…75억달러 기업·근로자 지원
국민 40%는 “관세 더 늘거나 양국 관계 장기 악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캐나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한 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50% 고율관세라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캐나다의 주권과 핵심 산업에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느니 협상장을 떠나는 것이 낫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이다. 특히 야당인 보수당 지지층에서도 절반 이상이 카니 총리의 결정을 지지해 대미 무역문제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넘어선 ‘캐나다 우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아바커스 데이터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캐나다 성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연방정부의 대미 무역협상 중단을 ‘올바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합의했어야 한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고, 12%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역과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는 지지가 확인됐다. 캐나다 모든 지역에서 협상 중단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특히 프랑스어와 문화 보호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퀘벡에서는 지지율이 79%에 달했다. 미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고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알버타에서도 61%가 카니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보수당 지지층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당에 투표했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54%가 자유당 정부인 카니 총리의 협상 중단 결정에 찬성했다. 정당 지지와 별개로 미국의 요구가 캐나다의 국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차이가 컸다. 18~29세 젊은층에서는 56%가 정부 결정을 지지한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85%가 찬성했다. 카니 정부의 전반적인 대미 무역갈등 대응에 대해서도 6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부정적 평가는 18%에 그쳤다.

 

카니 총리는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진행되던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막판에 캐나다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제3국 무역협정 체결 능력과 핵심 산업정책뿐 아니라 프랑스어 및 캐나다 문화 보호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까지 포함됐다는 것이 캐나다 측 설명이다.

 

미국은 곧바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협상 결렬 다음 날인 22일부터 약 28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캐나다도 물러서지 않았다. 연방정부는 오는 9월 8일부터 276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5%, 25%,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을 비롯해 농산물과 가전제품, 소비재 등 광범위한 미국산 제품이 대상에 포함된다.

 

동시에 관세전쟁으로 피해를 입는 캐나다 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75억달러 규모의 지원책도 마련했다. 단순히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세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산업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니 총리의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것과 앞으로의 경제 전망은 별개의 문제였다. 미국과 캐나다가 조만간 합의해 관세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5%에 불과했다. 32%는 장기간의 소모전 끝에 결국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22%는 양국이 추가 관세를 주고받으며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고, 18%는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관계가 장기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결국 응답자의 40%가 현재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인 CUSMA의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예정됐던 협정 검토 절차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과 같은 긴밀한 북미 무역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캐나다인은 17%에 그쳤다.

 

캐나다 경제는 오랫동안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왔다.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에너지, 목재, 농산물 등 주요 산업의 공급망이 국경을 넘나들며 연결돼 있어 관세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기업과 소비자 역시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여론조사는 캐나다 국민 상당수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에는 NO라고 해야 한다”는 쪽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카니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상당한 정치적 힘을 얻게 됐다. 미국의 관세 압박 때문에 서둘러 타협할 경우 오히려 국내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국민적 지지가 관세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오는 9월 8일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실제 발효되면 미국산 제품 가격 상승과 기업 비용 증가가 소비자 물가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철강·제조업 등 미국과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산업에서는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카니 정부의 다음 과제는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는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관세전쟁으로 인한 기업과 근로자의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75억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통상 다변화도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과 싸워도 좋다”는 것이 이번 여론의 핵심은 아니다. “불리한 조건이라면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 캐나다 국민 다수의 선택이다. 국민 71%라는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카니 총리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끝까지 원칙을 지킬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나다 경제의 피해를 얼마나 막아낼지가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뉴스/사진: 밴쿠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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