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캡처
캐나다에서 유방암으로 30세 딸을 잃은 어머니가 딸의 학자금 대출금 약 4만 달러를 대신 갚으라는 은행의 요구에 맞서 1년 반 넘게 싸운 끝에 채무 전액을 탕감받았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보험 해지 통보와 소비자 보호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일 CBC 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고 퍼블릭(Go Public)’에 따르면 퀘벡주 가티노에 거주하는 조이엘 싱필드는 2025년 1월 유방암으로 딸 마아리 싱필드(30)를 잃었다. 그러나 딸을 떠나보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TD은행으로부터 3만7,806달러의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건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아리는 상담심리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TD은행에서 4만 달러의 학자금 신용대출을 받았고, 어머니는 공동서명자로 참여했다. 유방암 치료 후 관해 상태였던 마아리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출금 상환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2023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학자금 신용대출이 일반 개인대출로 전환됐고, 기존 생명보험도 자동 종료됐다.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이 공동서명자인 어머니에게는 보험 변경과 관련한 별도의 안내문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TD은행은 자체 조사에서 대출금 상환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금융분쟁조정기관인 OBSI 역시 채무 책임에 관한 은행 측 입장을 인정하면서 미납 이자 1,577달러 면제와 위로금 500달러 지급을 권고했다.
그러나 싱필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을 잃은 상황에서 은행과 장기간 분쟁을 벌여야 했던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상황은 CBC가 사건을 취재하면서 달라졌다. 방송사가 보험 통보 절차와 관련 서류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TD은행은 결국 이자가 붙어 4만1,188달러까지 늘어난 채무 전액을 탕감하기로 결정했다.
은행 측은 계좌 처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처한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특별히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금융소비자청에 따르면 2025~2026 회계연도 금융기관에 접수된 고객 불만은 23만6,324건에 달했으며, 약 31%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대출보험의 자동 종료와 공동서명자 통보 절차, 금융기관과 소비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에 생명보험을 가입한 경우 대출상품이 변경될 때 보험 보장도 유지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필드는 채무에서 벗어난 데 안도하면서도 언론의 개입이 있어야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소비자가 거대 은행을 상대로 장기간 싸울 시간과 여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