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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학&교육, 이승연 대표의 교육칼럼] AI 시대, 진로를 결정짓는 핵심은 ‘태도’

 

최근 학생들과 진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AI를 쓰면 공부가 훨씬 쉬워지지 않나?”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실제로 AI는 방대한 과제 자료를 요약해 주고, 글의 뼈대를 잡아주며, 난해한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동일한 AI 툴을 사용함에도 어떤 학생은 눈부신 속도로 실력을 키우는 반면, 어떤 학생은 오히려 학습의 방향성을 상실한다. AI는 만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마법의 지팡이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물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AI를 자신의 강력한 무기로 삼는 학생들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관찰된다. 이들은 AI에게 맹목적으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진다. “이 텍스트의 핵심 논점은 무엇인가?”, “이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다른 시각은 없나?”와 같이 스스로의 사고를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변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며, 어떠한 알고리즘과 근거로 그런 결론이 도출되었는지 재차 검증한다. 이들에게 AI는 '나를 대신해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는 훌륭한 조력자'일 뿐이다. 에세이를 쓰거나 자료 조사를 할 때 초안을 신속하게 뽑아내고, 그 위에 온전한 자신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을 덧대며 학습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AI가 오히려 독이 되는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은 클릭 몇 번으로 즉각적인 결과물을 얻는 데 길들여져, 스스로 뇌를 굴리며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증발시켜 버린다. 당장 과제를 제출하고 성적을 받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AI가 토해낸 문장은 유려하고 매끄럽지만, 그 속에는 정작 학생 본인의 철학이나 생각은 단 한 줄도 녹아 있지 않다. 이러한 패턴이 고착화되면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력은 심각하게 퇴화하며, 결국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뼈아픈 한계에 부딪힌다. 대입 자소서나 심층 면접, 나아가 미래의 전공 및 직업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 격차는 여실히 증명된다.

 

AI는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과정에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적지 않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AI가 지배하는 세상이니 무조건 컴퓨터공학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이 정답 아니냐”고 반문한다. 허나 2026년 현재 교육 현장의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 코딩이나 1차원적인 기술 활용은 무서운 속도로 자동화되고 있으며, 오히려 그 이면의 맥락을 읽어내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인간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량이 훨씬 더 가치 있게 평가받고 있다.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서도 기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통찰력을 겸비한 자만이 살아남는 구조다.

 

비록 같은 전공표를 쥐고 있다 하더라도, AI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졸업 후의 결과물은 천양지차로 벌어진다. 가령 비즈니스나 사회과학을 전공하더라도, AI를 단순한 검색기가 아닌 리서치 파트너로 삼아 방대한 데이터를 독해하고 참신한 가설을 세우며 윤리적 딜레마를 고뇌하는 학생은 업계가 탐내는 인재로 가파르게 성장한다. 반면 리포트 작성과 기초적인 자료 수집마저 AI에 통째로 외주를 주는 학생은 해당 학문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사고 깊이조차 도달하지 못한 채 도태된다. 요컨대 어떤 전공을 택했느냐는 간판보다, 그 학문을 대하고 AI를 활용하는 주체적인 ‘태도’가 진로의 명암을 가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가정 내에서 부모와 자녀가 주고받는 질문의 질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아이가 AI를 쓰느냐 마느냐의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 한다. 과제 수행 과정을 자신의 입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AI의 단편적인 답변에 딴지를 걸고 추가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그리고 최종 결과물에 날것 그대로의 ‘자신의 언어’가 묻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당장의 성적표 숫자보다 ‘어떻게 그런 생각에 도달했는지’ 사고의 과정을 묻고 답하는 대화가 늘어날 때, AI는 비로소 위험한 지름길이 아닌 든든한 학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

 

단언컨대, AI는 학생의 본원적인 역량을 대신 창조해 주지 않는다. 그저 학생이 원래 가지고 있던 학습 태도와 생각의 그릇을 무서운 속도로 증폭시키는 확성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시대를 앞서가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스스로의 뇌를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족쇄로 전락한다. 결국 다가올 미래의 진로는 고도화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마주하는 ‘사람의 주체적인 선택’에 의해 판가름 난다. 도구가 인간의 길을 강제하는 시대가 아니라, 도구를 다루는 주인의 ‘태도’가 개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냉혹한 현실 속에 우리는 이미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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